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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이 보고 느낀 강남 자취생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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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이 보고 느낀 강남 자취생활 1년
  • 미디어몽구
  • 승인 2009.03.07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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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가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이런말을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시골에 살다 서울오면 강남물을 한번쯤은 먹어봐야 된다"고요. ,"네~ 제가 강남물을 먹은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제2의 고향이기도 했던 대학로 생활을 끝내고 1년전 선배형과 함께 대학로에서 강남으로 물건너 왔는데 벌써1년이 되었네요.

자취생활을 하다 힘들거나 적응 못하겠다 싶으면 다시 대학로로 복귀하겠다는 누나와의 약속과 결혼전에 마음껏 세상을 느껴보고 즐겨보자는 단순 생각 하나로 강아지'몽구'를 데리고 선배형과 함께 자취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압구정역 4번출구쪽에서 안세병원 사거리 사이에 위치에 있는데 지리적 여건상 강남에서 최고로 좋은곳에서 살고 있다 저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총각이 보고 경험한 강남에서 자취생활 1년동안 어떤일이 있었고, 생활하며 느낀점등을 짧게 현실적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민 인심은?

자취생활을 시작하고 한달이 안돼 강아지 몽구가 집을 나갔습니다. 점심때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은 후 그릇을 현관문 앞에 놓고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틈에 강아지가 밖으로 나간것인데 집주변을 세시간 이상 찾아 다녔지만 몽구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애완견 관련 블로거인 야옹양냥님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본 후 조치를 취했습니다.

다음날 혹시나 해서 압구정 요크셔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애견샾에서 요크셔 남자아이를 보호중이라는 글이 검색되었습니다. 집근처 놀이터이고 글에 쓰여진 인상착의가 몽구가 맞았습니다. 전화해서 "제가 기르던 강아지가 맞다 찾으러 가겠다" 했더니 애견샾 주인이 "벌써 분양을 했다."고 했습니다. 글에는 일주일 보관하다 주인이 안나타나면 무료분양 하겠다고 써 있었는데 다음날 바로 분양을 한것이죠. 분양받아 가신분 연락처도 안 적어놓았는데 그 주인은 애견샾에 자주 오니 오면 연락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0일후 애견샾에서 몽구를 데려간 아줌마가 왔다는 연락이 와 바로 애견샾에 갔는데 아줌마는 연락처만 남긴뒤 돌아갔고 애견샾 직원은 제게 "울 가게에 강아지가 있으니 그 강아지를 산 다음 몽구와 바꾸라"는 말을 했습니다. 애견샾 주인의 상술에 화가 나려고 했습니다. 아줌마와 직접 통화하고 싶어 연락처를 받아 전화 했더니 아줌마도 애견샾 주인과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10일간 집에 있으면서 초등학생 자식이 강아지와 정이 들어 헤어질려고 하니 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아줌마에게 사례비도 드리고 몽구와 같은종의 강아지를 (야옹냥양님을 통해) 무료 분양받아 몽구를 돌봐준 고마움을 표시할려고 했는데 대뜸 돈부터 요구하는것이었습니다.

잠시후 아줌마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강아지 기르면서 샀던 집과 애완용품 그리고 자식이 좋아하는 강아지를 직접 사야겠다며 돈을 요구하길래 만나서 드리겠다고 했더니 내말을 못 믿겠는지 계좌로 입금부터 하라고 하더군요. 할수 없이 입금하고 10일만에 강아지를 찾았는데 그때 여기 주민들은 이런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제가 이곳에 오며 처음 마주친 주민의 인심엔 정이 없음을 느꼈습니다.

* 촛불집회에 나갔다 들어오면

지난해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 엄마들이 세종문화회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그때(08년 04월 30일)부터 (엄마들이 거리로 나온후 4일뒤인 05월 02일 첫 촛불집회가 청계광장에서 열림.) 8월 15일 100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복절때까지 8일을 빼고 매일밤 촛불집회 현장에 나와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한적이 있습니다.

밤에 나갔다 아침 첫차나 택시로 귀가하기가 일쑤였는데, 시청앞에서 버스를 타고 한남대교를 건너 신사역 사거리에 들어설때면 여긴 정말 딴 세상처럼 고요하고 평화롭구나 하는 생각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집앞에 들어설때면 집주인 아줌마와 마주친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집주인은 제게 쓸때없이 그런곳에 왜 가냐며 가지 말라고 말렸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집주인 뿐 아니라 가게분들에게 설명을 하여도 당장의 내 일이 아니면 신경을 안쓰는 사람이 이곳에 많이 살고 있구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 생활하며 좋았던점과 나빴던점

* 우선 여름이 되니깐 보는 눈이 즐거웠습니다. 총각티가 팍팍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거리 여성분들을 보고 하는 말입니다.ㅋㅋ 압구정 로데오거리나 신사동 가로수길로 인물 출사 나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예쁜 여성 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시골 촌놈 출신 총각눈에 얼마 예뻐 보여겠습니까?ㅠㅠ 하지만, 눈여겨(?) 봐야죠. 자연미녀와 성형미녀...성형외과가 많은지라 어쩔땐 황사현상이 심한가? 착각을 할 만큼 마스크 착용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요즘은 얼굴보다는 옷차림이나 라인에 더 눈길이 가서 빨리 여름만 오길 기다리고 있답니다.(나 변태?ㅠ)

* 밤에 택시를 타면 승차거부를 당하지 않습니다. 한번쯤은 야간에 택시를 타려고 할때 승차거부를 당하신적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서울 어디서든 기사 아저씨한테 압구정역을 가자고 하면 타라고 합니다. 승차거부를 하며 오던 택시들도 제 앞에서 목적지 얘기하면 기분 좋은 목소리로 타라고 하더군요. 강남역에서도 합석을 해서 가는길에 신사역에서 내려 달라하면 다 태워줍니다. 택시기사에게 다른곳은 승차거부 하면서 저는 왜 태워주느냐 물어보면 제가 사는곳에서는 빈차로 돌아다니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거리로 가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곳에서 강남으로 가자고 하면 기사 아저씨들도 좋아한다고 하네요.

* 전 회사원이 아니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시간에 쫒기며 살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아무때나 자고 아무때나 일어납니다. 문제는 끼니인데 하루세끼 꼬박꼬박 챙겨먹기가 힘듭니다. 해먹는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재료를 사서 해먹는것보다 시켜먹는게 더 싸게 보이기 때문에 야식집에 자주 식사를 시켜먹는 편인데 이곳은 다른곳보다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이 많더군요. 새벽에도 분식이나 중식,일식 등 다양한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습니다. 근데, 야식을 시켜먹더라도 배달하는 배달원을 잘 봐야 한다는것. 식당명이 다른 메뉴판으로 주문을 하면 같은 배달원이 음식을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른 식당에서 주문했는데 왜 같은 배달원이 배달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식당에 전화기가 여러대가 있다는 겁니다. 배달원들이 몇대의 전화를 맡아 그 번호로 주문전화가 오면 직접 배달해서 그에 따른 수익을 주인과 나눠 같는다는 이야기를 배달원에게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달없는 시간엔 전단지 PR도 직접 하는데 이런식의 영업을 하는 식당들이 많다고 합니다.

* 그리고 이곳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지 않더군요. 대학로에서 살때에는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서 사용했는데 이곳에서는 밖에 음식물쓰레기통이 있어 그곳에 그냥 버려도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 버리는지 모르겠지만 음식물 쓰레기통이 밤만 되면 음식물 쓰레기로 넘쳐납니다. 특히나 명절엔 먹지도 않는 아까운 음식들이 넘쳐날때가 많습니다.

* 생활하며 짜증날때도 있는데 주말만되면 초인종이 실시간으로 울린다는 겁니다. 종교 활동하신 분들이 와서 무작정 초인종을 올린 다음 종교를 믿으라고 하는데 한두번 짜증날때가 아닙니다. 내자신도 아직 못 믿고 있는데 종교를 언제 믿냐는 말로 그분들께 순간 욱해서 올라온 화를 풀고 있습니다.

* 밖에 나갔다 집에 들어오면 현관앞은 전단지 천국이 됩니다. 청소하시는 아줌마가 있어 치우는데도 식당,학원,심지어 출장맛사지 및 성인업소 전단지까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관문 앞에 떨어져 있는 전단지도 많구요. 가정집까지 침범한 성인업소 전단지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마음을 잘 잡고 있습니다.ㅋㅋ

* 유선방송 때문에 초기에 TV보는데 힘든적도 있습니다. 한곳에서만 유선방송을 신청해야 한다고 해서요. 완전 독점.

* 압구정역 4번출구 앞엔 차가 우선인 인도가 있습니다. 비가 오는날엔 그 인도를 지나 다니기가 힘들 정도죠. 차도로 걸어가야할만큼 인도위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지만 단속요원들의 시선은 시민들을 향해 있습니다. 불법주차보다 시민들이 버리는 담배꽁초나 침뱉는 행위가 더 실적에 좋은지 모르겠지만.


강남에서 생활하며 보고 경험한 느낌을 짧게 적어 봤는데, 그냥 쓰고 보니 헛된 1년을 산거처럼 보이네요. 절때 그렇지 않구요. 자취한지 벌써1년이 될만큼 교통상으로나 안전상으로나 여러가지면에서 생활하기에 편하고 좋은곳이 강남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면 더없이 좋은 동네가 될꺼 같은데... 올해까지만 여기서 자취한 다음 내년에 다시 대학로로 복귀해서 그곳에서 뼈를 묻을까 생각중입니다.

이명박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이 되던날 출국 해서 엊그제 입국을 했는데, 출국하던날 난리가 났다고 하더군요. 강남에서 생활한지 벌써1년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제1년의 차이를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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