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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용산참사, '여론의 중심에서 잊혀져 가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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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용산참사, '여론의 중심에서 잊혀져 가는게..."
  • 미디어몽구
  • 승인 2009.02.20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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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에서 투사가 된 정영신씨
"한달전 일이 눈앞에 선합니다."

안녕하세요. 전 고 이상림열사의 며느리이자 지금 구속기소 되신 이충연위원장의 처 정영신입니다. 이 참담한 일이 발생한지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사실 어젯밤 용산참사 한달 기자회견을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한달이 된줄 알았습니다.

1월 20일 새벽 망루가 화염에 휩쌓여 무너지는일, 새까맣게 타버린 아버님의 시신을 확인하던 일, 유독가스 마시고 말 한마디 못하고 응급실에 누워있는 남편의 모습. 엊그제 같은 일인데 벌써 한달이라니...믿겨지지가 않습니다.



그 한달동안 저는 밥을 먹고 말을 하고 잠을 자며 살아 왔다는 사실도 생각해보니 기가 막힙니다. 지난 한달동안 27명의 검사와 100여명의 수사관을 투입한 검찰이 밝혀낸 사실은 딱 두가지였습니다. 경찰과 용역회사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것과 우리 철거민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 유가족들과 철거민 뿐만 아니라 발표를 본 대부분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결과일 것입니다. 그 발표가 있고 벌써 열흘이 지났지만 쏟아날 구멍이 보이질 않습니다. 참으로 답답하고 눈물나는 하루하루 입니다.

점점 언론에서도 용산참사 내용이 줄어들고 있고, 영안실을 찾아 주시는 분들의 발걸음도 뜸해지고 있습니다. 한달이나 지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여론의 중심에서 잊혀져가는 우리 유가족들은 서운하고 불안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사건의 해결은 기미가 보이지도 않고 있어 함께 해주시는 분들도 지치지는 않을까... 우리일 말고도 하시는일들이 많으시고 바쁘신 분들인데, 언제까지 우리와 함께 해 주실까 이런 걱정도 한적 있습니다.

이자리에 다시오니 한달전 일이 눈앞에 선합니다. "안에 사람이 있다"라고 절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하늘을 뒤덮는 검은연기와 뜨거운 열기, 망루가 무너질때 끔직했던 소리, 옥상에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던 이웃들의 눈물, 이 모든일이 오늘 아침일인 것처럼 생생 합니다.

이자리에 오는것이 무섭고 싫었지만 이말을 꼭 하고 싶어 용기내어 왔습니다. 돌아가신 다섯분의 명예가 회복되고 구속된 여섯명의 철거민이 풀려 나올때까지 우리 유가족들은 끝까지 싸울것입니다.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도 목숨을 잃고 감옥에 갇히는 이 억울한 일들을 진실이 이 세상에 알려질때까지.. 재벌시공사들과 용역회사의 폭력과 횡포 그것을 도와주는 관청과 경찰... 이들이 우리에게 무릎꿇고 빌때까지 우리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진거 없고 힘없는 서민이지만 힘을 모아 싸워 보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정말 도와 주십시요. 함께해 주십시요. 가난한 사람들은 도시 한가운데서 살면 안되는 것인지 수십년 살아 온 고향같은 동네에서 친구들과 이웃들과 소박하게 살고 싶은게 그렇게 큰 욕심인건지 누가 대답 좀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신 다섯분들이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함께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02월 20일 용산참사 한달째.
용산 참사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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