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 들어서자 김백술 어르신은 가장 먼저 이력서 작성하는 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작성한 이력서는 총 10장.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찾아 주는 행사가 흔치 않기 때문에 작정을 하고 오늘은 반드시 일자리를 구하고 집에 돌아갈 생각이다. 주위에도 많은 어르신들이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이력서를 작성하고 계셨다.
이력서를 작성하고 회사부스를 돌아 다니지만, 눈에 들어 오는건 바로 연령제한. 회사 부스에 채용 정보를 꼼꼼히 읽으며 돌아다니기를 20여분. 지하철로 택배 배달하는 회사에서 면접을 봤는데, 회사측은 도보에 아무 이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백술 어르신은 면접관에게 "생긴건 이래도 걸어 다니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하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못내 아쉬운거 같았다.
그리고 다른 회사 부스를 찾아 다녀 봤지만, 어르신들을 채용할려고 하는 회사는 경비직,지하철택배,전화 홍보 및 상담직회사등이 전부 였고, 이런곳에서 면접을 보고 이력서를 제출한 곳은 두군데 였다. 5시간을 돌아 다니며 일자리를 찾았는데...이 두군데 마져도 연락이 올지 미지수다. 면접관 표정이 그리 밝지도 않았는데...처음, 일자리를 구하겠다 생각하고 이곳을 찾았지만 박람회장을 들어설때 설례였던 그 표정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많은 회사가 젊은층과 경증 장애를 가지신분을 채용할려고 하는데 , 취업 박람회장에서 내 눈에 들어온 전체 구직자 중 절반 정도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었다.
현관에 나와 면접을 보고 나오는 어르신들을 만나 일자리를 구하셨는지 여쭤 봤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하는말은 "누가 우릴 써 주질 않아", "기대하고 왔는데 젊은이들만 쓸려고 하니...","장애인 취업 박람회지만 회사는 우릴 쳐다 보지도 않고 무늬만 장애인 취업 박람회인거 같아 괜한 걸음만 했어" 하시며 불만을 쏟아내고 헛걸음만 치며 돌아가는걸 보았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취업난 속에서 "몸이 불편함에도 놀면 내 자신이 나태해지고 활동해야만 내 몸이 건강해 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일자리까 있을까 하고 나왔다"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 마음 아프게 들려왔다. 헛걸음만 치고 어르신들을 외면한 반쪽 취업 박람회장 다음 행사때는 주최측에서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