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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안, 고무신 신고 이삿짐 옮기던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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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안, 고무신 신고 이삿짐 옮기던 할아버지
  • 미디어몽구
  • 승인 2008.11.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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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가는 길. 한 할아버지가 전철을 탔다. 모습에 놀랐다. 대형 여행용 가방을 끈으로 묶고, 우산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신고 있던 신발도 흰 고무신 이었다.

"영등포 가는게 맞제?" , "네!" 할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귀에 보청기를 끼고 있어 큰소리로 답했더니 그제서야 자리에 앉으셨다. 자리에 앉자 주변에 앉아 있던 승객들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냄새 나서 자리 옮긴건가? 옆에 잠깐 갔더니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거친 숨을 내 몰아쉬며 혼자 앉아 계신 모습이 안스러워 말동무라도 해드릴 겸 후배와 함께 할아버지 옆으로 가 대화를 나누었다.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고무신 신었는데 발 시렵지 않은지,등등 할아버지는 영등포 근처 (쪽방촌)에 방을 얻어 이삿짐을 옮기는 중이라 말했다.

가방안에는 겨울에 입을 옷들이 들어 있으며 앞으로 3~4번은 전철을 이용해 당장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옮길꺼라 했다. 집안 사정을 들어보니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삿짐이 다 옮겨지면 폐지를 주워 생활 할꺼라는 말도 해 주었다.

폐지를 주우며 겨울나기를... 흰 고무신을 신고 돌아다시다가 동상이라도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 영등포역 지하매장에서 싼 운동화라도 사 드리자고 후배와 말한 다음 함께 영등포역에서 내렸다. 할아버지는 뒤 따라오는 나와 후배에게 이제 됐으니 그만 가던 길을 가라고 했다.

그냥 가기가 마음에 걸려 운동화라도 한컬레 사 드릴테니 잠깐만 시간 좀 내 달라 했는데, 한사 코 거절을 하셨다. 나라에서 도움을 주면 받겠지만, 남에게 신세는 못 진다게 거절 이유다. 총각들의 따뜻한 마음을 받으니 올 겨울은 따뜻할꺼 같다며 마음만 받을테니 그냥 갈길을 가라는 말을 한뒤 할아버지는 쪽방촌으로 발길을 돌리셨다.

그사이 후배는 할아버지 가방에 큰 돈은 아니지만 몰래 돈을 넣었다.

할아버지 몸집보다 큰 가방을 등에 메고 힘겹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블로그에 썻던 지난 글이 생각났다.

시대를 잘못 만나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젊음을 전쟁과 폐허가 된 나라를... 세계 경제대국에 들어갈 정도로 만들어 주신 할아버지들을... 인생의 황혼에서나마 소외로부터 외롭지 않도록 당국은 말로만 노인복지를 내 세우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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